정원의 나무들은 이미

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나는 가을을

저토록 견고한 희망을 몸 안에

품는 계절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양평, 2020

 


길모퉁이 도는데

이 가을이 문득 환하다,

꽃보다도 찬란히 붉은

양평, 2020



모름지기 살아있는 한

또 어떻게든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갈 것이다, 

삶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경기 양평, March, 2020

   


오, 이 가을의 色은

여전히 나를 숨쉬게 하네


   


염창동, 서울, 2019

 


이제 곧 또 무성해지겠지요
원치 않아도 저절로, 


마치

바람을 타고 전해지 

먼 곳으로부터의 소식처럼

서울, 2015




발목까지 젖던 게 금방인데

물때가 바뀌어 금세 저만큼

철없이 파도에 걸었던 희망

덧없이 저 멀리 사라져가

을왕리, 2019


봄, 

입니다. 


어쨌든

시작입니다.


.

 

한강, 2017


마침내 슬며시 그 손 놓으면 

두둥실 날아오르시겠지요 풍선처럼 
가벼워진 몸뚱이로 차곡차곡 
오래 짊어진 짐 여기 내려놓고

London, 2012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生이여, 


언젠가 엎질러진 물처럼 

내게 주어졌으니

염창동, 서울, 2016


     


길이 안개 속으로 스며들자

안개는 스스로 길이 되었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안개를 좇아 길을 잊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으니

서둘러 모퉁이를 돌면 갈림길,


이제 그대와 나의 길이

더이상 만나지 않을 것임을

Jeju & Chungcheong, South Korea,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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