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trum: phot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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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4 14:48
Illusion, Seoul, 2008 - Leica R6.2. 35-70 elmarit f4 macro. Rollei Retro 100
Seoul, 2008 © planetzune : Leica R6.2. 35-70 f4 macro. Rollei Retro 100.
환상이란 언제나 끝나게 마련이라고,
그런 뒤 남는 것은 환멸(幻滅)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따지고보면 불가에서 말하듯,
무릇 삼라만상 모두가 하나의 환상일 뿐이겠지요.
그리고 그 환상이란, 결국엔 언제가 되었든 끝을 맺게 되어 있겠지요.
당신과의 시간들도 그러했습니다.
황인숙 시인이 그랬던가요.
사람의 만남이란 본디,
"이해한다는 오해에서 시작해 오해했었다는 이해로 끝난다"고 말이지요.
어쩌면 시작과 끝은, 그렇게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며
끝나지 않는 무한원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남은 것이 환멸 밖에 없었을까요.
환상이 우리의 공허를 채워주었던 시간들의,
그 찬란한 과거들은 없었던 겐가요.
밤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들도,
언젠가 은하 건너 저 과거의 시간들로부터
우리를 찾아온 것이 아니던가요.
환상이 다한 자리, 지독한 환멸 만이 아니라
어찌보면 가장 찬란한 그림자들이 살며시 내려앉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어느 휴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당신의 말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어차피 사라지게 마련인 환상이라면,
그 환상이 다하기 전에 뜨거운 기억이라도 새겨놓아야 하겠지요.
가장 뜨거웠던 별들이 가장 밝게 빛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아직 움도 트이지 않은 나뭇가지 뒤로
가뭇없이 사라질듯 날아오르는 새떼들을 보며
어느날의 환상이 기억으로 새겨질 수 있기를,
그리하여 또다른 환상으로 이 난감한 生을 버텨낼 수 있기를,
당신도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환상이 끝난 자리,
한때의 열병과도 같은 열정이라도
식지 않은 채로 당신의 가슴에 남아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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