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 소신공양 소식에
하루종일 눈시울이 젖습니다.

 
한 인간의 탐욕을 위해
다른 생명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

어쩌면 緣이요 業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탐욕의 무한질주를 막아서야 하는 것도
또한 스님과 남겨진 저희들의 緣이요 業이겠지요.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이철수 선생님의 판화가 생각납니다.
낡은 배 한척, 양쪽 끝에
작은 새 한마리와 거대한 불탑이 세워 있었지요.

새 한마리의 작은 무게도
불탑의 그 육중한 가치와 맞먹는 무엇이라는 것,

인간들이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하나하나의 생명이
인간들의 문명 만큼이나 가치있다는 것을,
그토록 작은 생명이
부처님 말씀만큼이나 소중다는 것을.


이 땅을 찢고 할퀴고
기어이 절벽으로 내모는 인간들에게,

스님의 죽음이 따끔한 질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이 나는 것은,
스님께서 3년 공부를 마치고 이리 가시기 전에
이 일들을 막지 못한
  우리들 자신 때문입니다.


스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부디 정토에 가셨기를,
그리고 이곳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다른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하나의 생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일은 더이상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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