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을 머금은 바람,
흙먼지와 마른 바람에 시달리던 날들
그 고단한 세월 견디고
다시 생기를 찾기 직전의 풀잎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그 알싸한 냄새들,

*

왜 사람들은 기상청의 예보가 틀릴 때마다
그토록 분노하는가.
과연 자연이 그렇게 녹록한 것인가.
인간이 완전히 해독할 수 있다면
때되면 꽃피고 또는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낙엽이 지는,

때가 되면 눈이 내리고 얼음 얼고
강이 풀리는

그 신비로운 과정이 얼마나 재미없어지겠는가.

*

때로 우연에 기대어야 마땅할 때도 있는 법이다.
우연에 기대어 사랑스런 날들이 있는 것이다.
삶이란 모종의 신비로움,
예측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단조로운 것인가.

나는 여전히 끝을 알 수 없는 골목길들을 사랑하며
기원 모를 상형문자들을 흠모한다.
그토록 불가해한
우리의 삶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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