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어린왕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의 별로, 장미가 기다리는 작은 집으로 돌아간 걸까?
센 강변의 어느 계단 아래
저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라도 어린왕자가 이 지구 위에 '유배'된 채 어딘가에서,
그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어린왕자는,
'관계'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유년시절'과 '고향'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정희성 시인은
고향은 "공간 속에 있지 않고 / 머나먼 시간 속에 있다"고 했다.
고향은 그런 것이다.
단지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유년시절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축적된 채로
어쩌면 먼 과거의 추억 속에서나 저장돼 있을 그런 곳.
오랜 세월을 돌아 마주하게 된다면,
기억 속에 있던 모습과 너무나 달라져
어색하고 낯설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정지용 시인도 오래 전,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는 구절을 썼을 것이다.
누구나 가끔은, 두고온 장미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사무치게 보고싶은 무엇이 있는 법이다.
비록 바오밥 나무와 3개의 화산이 골치를 썩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때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넋을 놓은 채,
망연히 지평선을 바라보아도 좋으리라.
그리고 당신이 언젠가
사진 속의 남자처럼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이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부탁해 봐도 좋으리라.
"양 한 마리만 그려주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