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 습관이니까
-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깃발이 펄럭이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구름은 수평선에 애매하게 걸려있었고
기다림은 쉬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장처럼 닳고닳은 걸레 한 조각 
위태롭게 나부꼈습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오후
다행히도 바다는 쪽빛으로 빛났습니다


잠자리 날개 같은 우리 마음 
부서지기 쉬웠고
사람들의 흐느낌은 눈물없이 버석거렸습니다
그렇게 5월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먼 수평선에서 언젠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리떼 같은 바람이 우악스레 달겨들었습니다


늘 달의 뒷면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5월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는
당신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달의 뒷면처럼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일상에서
과연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지난 겨울 그곳의 하늘에는
바짝 마른 걸레가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5월이 가고 여름은 지나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림은 그저,
끝나지 않을 뿐입니다


경북 영덕, 2008 | Fuji Velvia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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