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Mon.
어쩌면 타임 랙(time lag)이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반드시 공간적인 이동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그곳에서의 시간으로 변환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종의 타임 랙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내 경우 리스본은,
이제 사흘째 오후가 되어서야 익숙한 무엇,
호감이 가는 무엇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 조르지 성(Castelo de São Jorge)을 찾으면서부터.
리스본이 전설에 따르자면,
오딧세우스가 발견했다고 한다지만
전설이요 신화니 그렇다 치고,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이 땅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페니키아 인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로마인과 무어인들,
여러 종족들이 번갈아 가며 이 땅을 이용했다.
강을 굽어보는 언덕이라는 천혜의 지리조건 때문이다.
나름 성을 찍어보겠다고 했으나
사실은 저 초로의 남성에게 눈이 갔고,
결과는 사진에 보시는 그대로다.
어쩌다보니 성의 전경사진이라기보다
아저씨의 여행 사진이 되어버렸다.
난 그게 더 마음에 들지만.
성 안에는 이곳에서 발견된 여러 유물들이 전시돼 있고,
성의 역사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성도 성이지만 여행은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성을 들어서자마자 울리는 클래식 기타의 음향,
옛 성곽 벽에 기대어 듣는 음률은
천상의 그것인 양 아름다왔다.
이윽고 다가가
기타리스트가 앞에 내어놓은 CD를 두 장 집어들자,
뒤적뒤적, 개인적인 CD 한 장을 찾아
더 얹어주는 센스까지.
리스본에 반은 심드렁하고 반은 어리둥절하던 차에,
이 무명의 기타리스트 덕분에
리스본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한다.
참고로 이 아저씨,
나름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는 기타리스트다.
이름은 Joao Manuel Bastos.
그의 작곡 및 연주실력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성 조르지 성 아래에 위치한
Porta do sol에서의 전경.
역시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의 집.
박물관으로도 쓰인다던데
무엇이 전시돼 있을지 조금은 궁금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
그 인근의 리스본 시청 건물.
어찌나 길게 지었는지
광각 24mm인 LX3의 파노라마 모드로도 다 담을 수 없다.
이제 리스본이 조금은 좋아진 나는,
셔터를 누르는 것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저녁을 향해 가는 Rossio는 아름다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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