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Mon.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어떤 도시든 웬만하면 이틀 이상 머무르는 편이다. 

2004년 파리의 경우는 7박 9일의 일정 내내

파리 한 곳에만 머물렀고 

이번 여행 역시 리스본(신트라를 포함한)과 포르투, 

딱 두 도시만으로 열흘의 일정을 잡았다. 

물론 중간에 코임브라를 갈 것이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지만.


아무튼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에는 
체력이 달려서일 수도 있겠고,

하나의 도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게 
더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겠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떤 도시든 사실은 1주일 정도는 머물러야

그 도시의 어렴풋한 윤곽이라도 파악된다는 게 
내 생각.


리스본의 사흘 째 밤이다. 

무릇 어수선한 도시일수록 야경이 빛나는 법이다. 

높이 솟은 타워크레인과 
너저분하게 떨어져 나간 건물의 페인트,

깨진 유리창과 무질서한 모든 것들이 어둠 속으로 잠기고

인공조명 만이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 

그게 어쩌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야경이 
멋져 보이는 이유다.


리스본은 약간 다른 의미에서,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같은 의미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위 사진들은 산타 주스타의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에서 찍었다.

앞에 보이는 길이 Rua de Santa Justa이고, 

멀리 산자락에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성 조르지 성(Castelo do São Jorge)이다.

오순도순 늘어선 카페의 천막이 다정한 도시.


한편 이 엘리베이터의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이건 반쯤 폐허가 된 
카르무(Carmo) 수도원 쪽에서 찍은 사진.



사실 이렇게 전형적인 관광 명소는 

잘 찾지 않는 편인데, 

그런 일종의 습관, 보다는 편견에 가까운 습벽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이번 기회에 드러났다. 

참고로 이 탑의 설계자인 
라울 메스니에 데 퐁사르(Raul Mesnier de Ponsard)는

에펠탑의 설계자인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다.



아무리 찾아도 이 엘리베이터의 전경을 잡은 사진이 없다. 

좀 아쉽지만 입구 부분의 사진으로 대체. 



사실 이 탑은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라는 이름 이외에도

카르무 엘리베이터란 이름이 존재하는데,

이유인즉슨 이 엘리베이터 바로 뒤에 

카르무 수도원(Convent da Ordem de Carmo)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수도원은 1755년 대지진으로 
반쯤 파괴된 뒤 복구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글판 가이드에 소개돼 있지만, 
그냥 찾으려면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특히 밤에 찾은 이 수도원의 흔적과 자취는 매우 아름답다.  





수도원이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었다면 
어쩌면 덜 흥미로웠을 수도 있겠지만,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의 뼈대만이 남아 있으니

오히려 그 구조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달까.





이로써 사흘째 리스본의 밤이 지나간다. 

이튿날인 9월 15일, 화요일은 드디어 신트라로 출발할 예정.

마지막으로 리스본의 야경 사진 하나 더 올리고 

다음 포스트를 기약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