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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3. Sun.


벨렝(Belém).

리스본 중심가로부터 서쪽에 위치한다. 

테주(Tejo)강으로 따지자면 하류쪽, 

그러니까 바다에 더 가까운 지역이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유적인 

벨렝탑(Torre de Belém)과 발견기념탑은 

테주강의 하류로부터 시작한 포르투갈의 전성기,

대항해시대와 해양제국의 흔적이다. 


그래서일까, 
벨렝 옆에 위치한 지난 포스트
제로니모 수도원 같은 경우도
바스코 다 가마나 ‘엔리케 해양왕자’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도 하다. 

발견기념탑은 포르투갈어로 Padrão dos Descombrimentos.

1960년 엔리케 해양왕자의 500주기를 기념해 건립됐다.

높이는 52미터에, 
포르투갈 고유의 뛰어난 범선이었던

캐러벨 선을 모티브로 했다(고 가이드 북에 나와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독재국가가 그렇듯
옛날의 영화를 현재의 권력의 기반으로 
활용하려 했던 의도가 엿보인다. 

히틀러와 나치 독일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유신시절과 신군부 시절의 건축물과 같이
웅장하고 영웅적인 무언가를 전해주려는 의도.
그렇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부정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
그리고는 4년 뒤 
살라자르 독재체제는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비로소 정착하기 시작한다. 
어떤 어둠도 
빛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역사를 뒤로 감춘 채, 
이제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어쨌든 살라자르는 살라자르고, 
엔리케는 엔리케니까.



흥미로운 것은 유적을 설명하는 표지판이다. 

2004년 파리에 갔을 때 
아래와 같은 형태의 표지판을 처음 보았다. 

일종의 CI 작업이랄까, 

통일된 형태의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는데, 

포르투갈도 동일한 형태의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들을 더 가 봐야겠지만, 

혹시 EU 차원에서 통일된 
디자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닐까, 

막연히 추측해 본다. 



그리고 더 하류로 내려가면, 
그 유명하다는 벨렝 탑(Torre de Belém)이 나온다. 
16세기초 마누엘 1세 시절 
배의 출입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이 우아한 탑은 기단 부분이 치맛자락 같다고 해서

‘테주강의 귀부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은

가이드 북이라면 어디나 나와있고, 

인터넷에서 ‘벨렝탑’을 검색하면 
대부분의 씌어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으면, 

딱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님’스러운 사진이 된다. 



탑은 일종의 감시 초소 개념인지라

오르고 내리는 계단이 널찍하지 않다. 

불필요한 사람들이 
오르내릴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출입을 통제해야 했으므로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1명이면 꽉 찰 계단에 
올라가는 이와 내려오는 이가 뒤엉켜

꼭대기에 오르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4월 25일 다리’로, 

살라자르 시대에는 정권홍보 차원에서 
‘살라자르 다리’로 칭했으나

1964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 기념일인 
4월 25일을 따 개명했다.



이런 유적지에 빠질 수 없는 요소.

특히 아래 총 들고 있는 사람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겠다고 하면 

관광객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는 포즈를 취해준다. 

이런 것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그리고 벨렝 지구 공터에서 만난 축구하는 사람들. 

잊기 전에 하는 말인데 

당연히 포르투갈은 ‘축구의 나라’다,

어디나 기념품 가게에 등번호 9번의 
호나우두 티셔츠가 걸려있을 정도로.

그런데 오른쪽의 뒤엉킨 사람들을 보면, 

뭐 동네축구가 다 그렇듯 
그다지 ‘신사적인’ 게임은 아니었던 듯 싶다. 



사실 음식물 사진을 잘 찍지 않는 탓에 

포르투갈의 다양한 맛있는 먹을 거리를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 

벨렝 지구의 제과점에서 먹은 Pasteis de nata의 포장재.

쉽게 말하자면
커스터드 크림이 얹혀진 타르트다.



이 포장재에는 6개가 들어있다. 
사실 포르투갈의 첫날이고 해서
워낙 정신없던 터라
긴 줄에 떠밀려 서두르는 바람에 6개짜리를 샀으나...
2개면 충분하다. 
(달아서 더 못 먹는다.)
그리고 아래는 벨렝 문화 센터에서 본, 
재미있는 화장실 표지.
이런 세부적인 디자인을 보면 
역시 문화적인 전통이 상당한 나라라는 생각.


불행히도 센터의 전경이나, 
센터 내부 전시물은 찍을 생각을 못 했다. 
조금 허기졌고, 
조금 지쳐있었고, 
(위의 타르트를 먹기 전이다)
다음 포스트들에서 말하겠지만
사실 리스본의 첫 인상은, 
좀 ‘엉성한’ 나라라는 생각에 심드렁해졌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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