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7. Thu.


리스본에 테주 강이 있고 파리에 센 강이 있다면

포르투에는 도우루(Douro) 강이 있다. 

오래된 도시는 늘 강을 끼고 있는 법이다. 

한강에 비하자면 그리 넓지 않은 강이지만, 

사실 도시와 유기적으로 어울리기에는

한강이 비정상적으로 큰 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서울의 ‘배산임수’는 인왕산과 청계천이었다.)


어쨌든 이 강은 포르투라는 도시가 

이 나라의 다른 지역과,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교역할 수 있는 교역로이자 
문화를 주고받는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 도우루(사실 포르투갈 발음은 도-루에 가깝다고 한다) 강 위에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이 바로 이 다리, 

동 루이스 1세 다리(Ponte de Dom Luíz I)이다.


리스본의 유명한 “산타 주스타의 엘리베이터”와 마찬가지로, 

이 다리 역시 에펠의 또다른 제자인 테오필 세리크가 디자인했다. 

포르투와 남쪽의 빌라 노바 데 가이아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당시 신소재로 각광받던 
철골의 단순명료한 모더니즘을 이용해

복층 구조로 설계됐다. 
하부의 데크는 자동차가, 

상부의 데크는 전철이 다니게끔 돼 있는데,

특히 사람들이 건너 다닐 수 있도록 
상부의 데크는 늘 개방돼 있다. 

높이가 44미터이니,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건널 때 조금(과연?) 다리가 떨릴 수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언덕 위 건물이

모로의 정원(Jardim do Morro). 



다리 위에서 바라본 포르투의 풍경. 




흑백으로 변환하면 더 멋질까 하여 후보정한 결과물은 아래에. 




다리를 건너다보면 옆으로 전철이 지나다니는데, 

워낙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다. 

전철이 다니지 않는 동안에는 다리 전체가 보행자 차지. 

그러니까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전철의 레일을 가로지를 수 있다는 얘기인데, 
덕분에 다리 왼쪽과 오른쪽 전경을 왔다갔다 하며 즐길 수 있다. 



포르투의 남쪽인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는
그 유명한 포트 와인의 저장창고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개는 주교좌성당 Sé 앞에서 
포트 와인 관광 기차(모양의 버스)가 출발한다. 
나는 비록 포트 와인 관광은 하지 않았지만, 
와인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모로의 정원(Jardin do Morro)은 추측컨대 
무어인의 정원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모로의 정원은 포르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포르투의 풍경을 즐기려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



이쯤 되면 당연히, 
아, 이곳에서 야경을 보면 정말 멋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 
그래서 저녁때 다시 찾기로 결정하고 
일단 포르투갈 사진센터(Centro Português de Fotografia)로 이동한다.


옛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내부의 구조물들을 최소한으로 개축해, 
미술관 같지 않은 독특한 내부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대충 의역하자면)
“프랑스 사진가들의 눈으로 본 포르투갈”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어느 사진가는 
포르투갈의 도시에 빛나고 있던 “TEXAS”라는 간판을 찍었고, 
멀리 동아시아의 이방에서 온 나는 
그 사진을 다시 카메라에 담는, 
이 아이러니함!


국립 사진 센터 맞은 편으로는 
코르도아리아 광장(Plaça da Cordoaria)이 위치해 있고, 
때마침 주민들이 모여 작은 벼룩시장을 열고 
자신들만의 ‘콘서트(?)’를 하고 있는 모습, 
이런 모습이 유럽의 도시를 정겹게 만든다. 


중세의 삶과 현대의 삶이 같이 녹아들고 있는 도시, 
포르투.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길을 잃고 만난 풍경들. 


약간 술기운이 오른
두 남자가 나를 향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흔쾌히 찍어줬다기보다는 약간 겁을 먹고 셔터를 눌러서
사진은 이 모양 이 따위이지만, 
나름 소중한 포르투갈에서의 추억 가운데 하나다.


해는 지고, 나는 다시 루이스 1세 다리로 향한다. 
포르투의 야경을 상상하며.


유럽의 대중교통이 자율적이라는 점은
파리에서도, 두브로브니크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포르투의 시스템은 정말 심할 정도다. 
달랑 리더기 2개.
표를 리딩하지 않는다고 해서 벨이 울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리딩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드물다. 
부럽다.





시 모로의 정원(Jardim do Morro).



포르투의 밤은 역시 예상대로
가슴을 떨리게 하고.




밤에 건너는 다리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포르투의 성곽과 모노레일(funicular)의 고즈넉한 밤풍경.



늘 전철과 보행자가 다니는 다리다보니
안전점검과 보수는 주로 밤에 이뤄지는 모양.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그 흘러가는 시간을 여행자는 아쉬워하고. 




밤에 찾은 성 벤투(São Bento) 역.



당신이 만약 포르투갈에 간다면, 
리스본을 가지 않더라도 포르투는 반드시 가야만 한다. 
도시의 모든 것이 당신에게 말을 거는 곳, 
햇살과 바람만으로도 눈이 부신 도시, 
포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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