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은 일종의 무기력증에 빠져버려서, 
올해 휴가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종잡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경제난에 비어가는 주머니에,
신종플루까지 창궐하는 2009년에 말이다.

그렇지만 어느날인가,
일종의 ‘사고’라고나 할까.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음반을 다시 꺼내 듣다가, 
문득 포르투갈로 날아가고 싶어졌다.

파두(Fado)의 나라, 
이미 해양제국이라는, 잃어버린 그 옛날의 영화를 
지금의 삶에서 반추하는 나라, 
그래서 장소만이 아닌 시간과 역사에 대한 향수, 
이른바 사우다지(Saudade)를 모두의 어깨에 
짊어지고 사는 나라. 



떠오르자 마자 산 것은 바로 론리 플래닛. 
포르투갈에 대해 제대로 된 여행 안내서가
국내에는 흔치 않다. 
이미 지나간 에디션을 번역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같이 묶어놓은 론리 플래닛 한글판과
랜덤하우스에서 마찬가지로 두 나라를 묶어놓은 책 한권 정도인 듯.

그리고 론리 플래닛과 더불어 산 것은
‘큐리어스’ 시리즈 포르투갈 판. 
해당 국가에 사는 외국인들이 저술한 이 시리즈는, 
깊이 읽을 것은 없지만 그래도 
그 나라의 대강을 파악하는 데는 
딱 그 가격만큼 도움을 준다. 
사실 기껏해야 7박 9일 일정의 여행에 
그 이상의 정보란 좀 사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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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마리자(Mariza), 마드레데우쉬(Madredeus), 
크리스티나 브랑쿠(Christina Branco)와 
둘세 폰테쉬(Dulce Pontes)의 음반을 찾아 
아이팟에 옮겨 놓는다. 

한가지 더, 
과연 포르투갈에도 클래식 음악가가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만한 작곡가는 그다지...
나름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봉텡푸(Joao Domingos Bomtempo)의 Te Deum이나, 
딱 모차르트 음악의 판박이인
Joao de Sousa Carvalho의 음악을 찾아본다. 

생각보다 많은 클래식 음반이 녹음되어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구할 수 있는 음반은 과히 많지 않을 듯. 
몇 명 이름을 거론해보자면, 
앞서 말한 봉텡푸와 카르발류, 
그리고 Joly Braga Santos, Luis de Freitas Braco 등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포르투갈을 떠올린 것 치고는
준비를 참으로 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의 여행이 막무가내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났던 데 비하면 말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회사 동기가 소개해준 책인데, 
내 요즘의 내면의 풍경과 닮아있는 이야기다.
어째 제목이 낯익다 했더니, 
황인숙 시인의 얼마전 시집 제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꺼내 몇 편 읽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가운데 하나.

어쨌든 출발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온다. 
설렘과 모종의 두려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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