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 은

어 쩌 면

또 다 시



Seoul, 2017


 


흘러가고

밀려오고

쓸려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London, 2010



당신도 저녁놀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십니까, 


오래 전 그가 마흔 몇 번을 

의자를 옮겨가며 바라보았던 것처럼


(혹시라도 잊은 건 아니시겠지요)



Paris, 2010




무엇을 두고 온 걸까요

그 바다에


멀리 해는 저물고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듯

서두르던 구름의 행렬


혹은 늙은 어부의 등허리 같은

섬들 사이로 잦아들던

물결 사이로


이미 이렇게 잊은 것이 많은데

새삼 또 무엇이 버거워서



해남, 2014




텅 비었는데, 

텅텅 비었는데 

살아지는 게 生이라니


별 것 아닌데, 

참 별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어려운 것입니까


해남, 2014



누군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거실에 놓인 이십 인치의 네모난 창에는

더이상 맞출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으니

다만 나는 너머가 궁금해졌을


딱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세상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등돌린 채 차가운 창에 이마를 대고

없는 열정을 식혀야 때도 있는


그저 창밖  의자에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기를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기를 

당분간은,



Londo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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