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진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저 잠드는 건가요, 


몸 속에 감춰두었던 눈물

삶의 무게를 벗어버린 꽃이

꿈꾸는 것은 어쩌면 

노래입니다,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각주:1]

Greater London, UK, 2011

  1. New Trolls, ‘(Concerto grosso) Adagio’의 가사 [본문으로]


오, 그래요,
영원은 늘 너무 긴 시간[각주:1]


그러므로 당신은 그저 

찰나의 빛에 

머무르고 있었던 건가요,

구르는 잔돌 사이 

우두커니


그러나 영원은

늘 

충분히 긴 시간이어서

당신이 어느 때라도 돌아보기를


당신을 기나긴 세월 동안

기다려왔던 

영원과 조우할 수 있기를.

∙ 

Brighton, United Kingdom, 2010



  1.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정영목 옮김, 해냄출판사, 2002 [본문으로]


뭐라고요? 

그게 고양이였다고요?


그러고 보니 

어둠 속에서 가녀린 빛을 그러모아 

빛보다도 더 빛나던 그 눈망울을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쫑끗 세운 귀와 

긴장으로 빳빳해진 꼬리를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숨겼으되 완전히 숨길 수는 없던 

그 발톱을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어둡던 그 골목보다도 더 어둡던 그것이 

어쩌면 고양이였는지도,

혹은 

그 골목이 깜빡 잠들었을 때 꾸었던 

꿈의 한 자락이었는지도.

Croatia, 2007


우리는 늘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정말 잘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뭔지

알고 있기는 한 걸까요. 

둥그런 창으로

열심인 척 들여다봅니다. 

오로지 지나는 건

무심한 바람입니다. 



 Croatia, 2007



겨울날 언 강물,


어쩌면 시간 역시

직선으로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저토록 굽이굽이

서울, Jan. 2018




때때로 궁금한가요

떠나온 일터가


두고 온 일감이

놓고 온 연장이

종종 그립습니까


끝이 아슬아슬합니다

우리 삶이 늘

그러했듯이


하지만 우리 중 많은 이에게는

너무나 아득한, 

[각주:1]

 Seoul, 2016


  1. KTX 여승무원들, 쌍용차 해고자들, 콜텍 노동자들, 그리고 내가 부족하여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떠올리면, ‘고작’ 100일째 맞는 파업의 아침이 조금은 겸허해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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