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London, 2013


Agency of Light (Diptych) - G4643





Agency of Light (Diptych) - BR3225





Agency of Light (Diptych) - BRY4455





Agency of Light (Diptych) - BRYG4225







Agency of Light (Diptych)

Analogue and Digital C-type Prints | 50.8cm x 60.1cm Each | 2013



I

As Buddhist Heart Sutra taught, 

‘nothing’ is not different from ‘thing’; 

form is indeed voidness and vice versa 

(“rūpa śūnyatā śūnyataiva rūpa”). 

Each diptych of this series, consisting of 

a photograph and a photogram of a colour composition 

created with simultaneous exposure, 

is a photographic contemplation on 

‘being’ and ‘nothingness’.


II

Colour is always affiliated to the ‘things’, 

but it does not belong to them. 

It is not substantial quality, 

but a variable, unfixable or temporal property of light. 

Thus, what is the colour, then? 

If even a transparent material can have a colour, 

what is colour? 

Is colour a ‘thing’?

Does a colour have a shadow? 

Moreover, colours are always changing 

according to the intensity, the angle, 

the shape or the temperature of light. 

Colour is an intractable 

yet enthralling and intoxicating phenomenon of light.


III

These diptychs are unique because of the picture of shadow, 

rather than the picture of ‘thing itself’. 

The photograph on the right side of each diptych is 

restrained with its paired photogram. 

Without its paired photograms, 

the photograph cannot convey its meaning. 

Thus, authenticity and reproducibility, 

primary colours and complementary colours, 

and eventually things and shadows are intermingled each other, 

by virtue of the agency of light




때로는 

빛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빛이 찬란한 것은

먼지 덕분이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그 빛줄기


혹은 어느날인가

빗줄기가 남긴 흔적들

London, 2011




꽃이 떨어진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저 잠드는 건가요, 


몸 속에 감춰두었던 눈물

삶의 무게를 벗어버린 꽃이

꿈꾸는 것은 어쩌면 

노래입니다,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각주:1]

Greater London, UK, 2011

  1. New Trolls, ‘(Concerto grosso) Adagio’의 가사 [본문으로]


오, 그래요,
영원은 늘 너무 긴 시간[각주:1]


그러므로 당신은 그저 

찰나의 빛에 

머무르고 있었던 건가요,

구르는 잔돌 사이 

우두커니


그러나 영원은

늘 

충분히 긴 시간이어서

당신이 어느 때라도 돌아보기를


당신을 기나긴 세월 동안

기다려왔던 

영원과 조우할 수 있기를.

∙ 

Brighton, United Kingdom, 2010



  1.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정영목 옮김, 해냄출판사, 2002 [본문으로]


뭐라고요? 

그게 고양이였다고요?


그러고 보니 

어둠 속에서 가녀린 빛을 그러모아 

빛보다도 더 빛나던 그 눈망울을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쫑끗 세운 귀와 

긴장으로 빳빳해진 꼬리를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숨겼으되 완전히 숨길 수는 없던 

그 발톱을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어둡던 그 골목보다도 더 어둡던 그것이 

어쩌면 고양이였는지도,

혹은 

그 골목이 깜빡 잠들었을 때 꾸었던 

꿈의 한 자락이었는지도.

Croatia, 2007


우리는 늘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정말 잘 보고 있는 걸까요. 

아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뭔지

알고 있기는 한 걸까요. 

둥그런 창으로

열심인 척 들여다봅니다. 

오로지 지나는 건

무심한 바람입니다. 



 Croatia, 2007



겨울날 언 강물,


어쩌면 시간 역시

직선으로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저토록 굽이굽이

서울, Jan. 2018




때때로 궁금한가요

떠나온 일터가


두고 온 일감이

놓고 온 연장이

종종 그립습니까


끝이 아슬아슬합니다

우리 삶이 늘

그러했듯이


하지만 우리 중 많은 이에게는

너무나 아득한, 

[각주:1]

 Seoul, 2016


  1. KTX 여승무원들, 쌍용차 해고자들, 콜텍 노동자들, 그리고 내가 부족하여 미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떠올리면, ‘고작’ 100일째 맞는 파업의 아침이 조금은 겸허해진다. [본문으로]






때로 나무처럼 꿋꿋했으면 좋겠노라고,
다른 이에게 그렇게 든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노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기대에 못미치는
나 자신에
실망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올려다 보세요,
언제고 바람에 흔들려 보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는가를,
뿌리가 깊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가지들이
불안에 몸을 떨었는가를[각주:1]


Seoul, 2010


  1. Originally written in 201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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