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거실에 놓인 이십 인치의 네모난 창에는

더이상 맞출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으니

다만 나는 너머가 궁금해졌을


딱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세상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등돌린 채 차가운 창에 이마를 대고

없는 열정을 식혀야 때도 있는


그저 창밖  의자에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기를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기를 

당분간은,



London, 2011



生은 찬란하지만 

그 자취는 초라한 법이죠

계절이 지나도 

채 

사라지지 못한

너저분한 낙엽들이 흩어져 있던,

혼란스러웠던 그 

겨울



Myoungdong, Seoul, 2010 | PR36


그 안개 속에 당신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저 당신이 안개였는지, 

이제 모든 기억도 안개 속으로

(그런데 과연 당신은 누구였는지)


.


충남, 2014




끝내 날아오르지 못한 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요


버려진 것들은 또 어디로 가는지, 

이를테면 고속도로에 떨어진 

큼지막한 나무토막들은


내내 궁금했습니다,

기억들은 과연 어디로 치워지는 것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던 그날들 


이제는 품 속에 채웠던 

별 볼 일 없던 바람들도 

정처 모를



London, 2011



나무 두 그루

붉은 빛 트럭 한 대


어느 휴일 오후 

버려진 풍경에


한참을 바라봅니다

길은 시선을 양떼처럼 몰고 갑니다


구르는 돌들이 정겹습니다

덩달아 하늘도 달아납니다


중요하지 않은 날들이

그럭저럭 또 하루 살아집니다


실인즉슨 

당신도 이미 아시겠지만


.


김포, 2017




작별의 인사는

조금 너그러웠으면 합니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립니다

만남 만큼 이별도 

덧없습니다



서울, 2015




한참을 참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러나

달리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입니다. 



한강, 서울, 2016. 7



가을이 신호대기중입니다

곧 어느새 휙,


잠깐 손이라도 잡아봅니다,

슬며시



London, 2012



그날처럼 

마음이

흥건합니다 


말은 아껴두기로 합니다


.


목동, 서울, 2017




그대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까


너무 오래

쓸쓸하지는 않았습니까 


부둥켜안을 무언가,

젖은 눈시울 가릴 무언가


덩굴처럼 

세월이 흘러내립니다


발길 

닿은 지 한참입니다


가끔씩 지칠 때면

잠시 앉아 쉬어도 좋습니다


빈 자리 하나쯤

묻어가도 좋습니다



London,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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